발단

그 동안 매달 조금씩 비트코인을 사 모으고 있었는데, 내년 비트코인 반감기와 더불어 엄청난 불장이 예상되어 이번에 큰 돈을 대출받아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토스 앱을 통해 현재 내 신용점수로 대출이 가능한 은행들을 찾아보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은 나는 신용점수가 많이 낮았고,(신용점수 관리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대출한도는 낮고 이자율은 높은 참담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이런 상황을 말씀드리니, 부모님께서 돈을 빌려주신다고 하셨다. 따라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다.
 
부모님에게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돈을 받아 사용한 내역이 있으면 추후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님께 차용증을 작성하자고 먼저 말씀드렸다. 해당 영상의 주요 골자는, 혹시 세무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부모님에게 해당 금액을 빌렸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ex. 차용증)와, 매달 이자를 갚았다는 내역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차용증의 양식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차용증을 작성해 오셨고, 나는 차용증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 없이 해당 서류에 서명했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가족간이어서 채무불이행은 없다는 당연한 믿음이 있기도 했고, 단지 추후 부과될 수 있는 증여세를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차용증에 대한 조사(필히 기재되어야 하는 내용, 법적인 효력의 유무 등)를 간과하고 차용증을 작성했다.

부모님과 작성한 차용증

전개

그렇게 부모님께서 현금을 나의 주거래은행 계좌(신한)로 입금해 주셨고, 나는 해당 금액을 케이뱅크 계좌로 이체 후, 업비트로 입금했다.
해당 금액으로 나는 내 시드를 불리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되었다.
 
나는 중앙화된 코인거래소들을 믿지 않는 편이라, 이번에 대출을 통한 투자를 결심했을 때 비트코인 하드 월렛도 함께 구매했다. 구매한 코인을 거래소가 아닌 내 개인 지갑에 옮겨 보관할 생각이었다.
 
그 동안 업비트에서 거래하던 금액은 매우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1회 평균 100만원 이하) 이체 한도라던지, 트래블룰을 신경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큰 금액의 비트코인을 옮기려고 시도하니, 고려해야할 제약들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다.
 
우선 트래블룰에 의해, 업비트에서 100만원 이상의 코인은 하드월렛으로 바로 전송할 수 없고, 업비트와 연계된 다른 거래소(ex. 바이낸스)로 전송할 수 있는데, 이 때 업비트 거래소 송금인과 다른 거래소의 수취인이 동일인임이 확인되어야 코인 전송이 가능하다.

트래블룰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사업자가 타 사업자에게 원화 100만 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송금(이전)할 때 송수신 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업비트에서 하드월렛으로 코인을 송금하는 방법을 찾아보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업비트➡️바이낸스➡️하드월렛 으로 코인을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이미 바이낸스 거래소를 이용중이었기 때문에, 위 방법을 따라 업비트에서 구매한 비트코인 전부를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계좌로 출금했다.

위기

내가 비트코인을 바이낸스로 출금하던 시각이 새벽 3시쯤이었는데(원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 얼마 지나지 않아 1588-5682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이 새벽에 전화가 올 곳이 없다고 생각하며 번호를 조회해보니, 업비트 고객센터였다.
 
전화를 받자, 업비트 닉네임과 이름, 전화번호 등을 물어 본인임을 확인하는 짧은 과정을 거친 후 비트코인 출금을 신청한 내역을 확인했다. 안내원분은 내가 출금 신청을 한 내역이 이상 거래로 감지되어 해당 자금에 대한 출처를 증명해야한다는 내용을 전달해 주셨고, 자금 출처를 물어보셨다. 나는 해당 금액이 대출금임을 말씀드렸고, 안내원분이 곧 관련 내용을 문자로 알려드리겠다고 하셨다. 곧이어 날라온 문자 한통...

대출금을 증명하는 문서를 요구하는 고객센터 문자

머리가 어질했다. 괜히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마음한켠으로는 차용증을 작성해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해둔 차용증과 부모님께서 내 신한은행 계좌로 현금을 이체한 영수증을 촬영했다. 이어 내 신한은행 통장 사본과, 입출금 내역, 케이뱅크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파일로 저장해 준비한 후 [자금 출처 확인]에 해당 내역을 제출했다.

이체 영수증
신한은행 통장 사본
신한은행 계좌 입출금 내역
케이뱅크 계좌 입출금 내역

위 자료들을 제출하고 나서 얼마나 심장 떨려하며 답변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절정

조금 후 다시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안내원분께서 해당 차용증에는 필수로 기재되어야 하는 내용(채권자 및 채무자의 인적 정보 등)이 없어, 확실한 자금 출처의 근거로 부적절하다고 하셨다. 해당 자금으로 구매한 코인은 업비트 거래소 밖으로 출금이 불가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다시 현금화해서 해당 금액을 다시 업비트 밖으로 출금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잘 안나왔다. 물론 업비트 거래소 밖으로 코인을 이동하지 않는다고 하면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업비트 거래소에 코인을 보관할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지금 코인을 내 하드월렛으로 전송하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시드를 불리는 첫 단계에서부터 내 자금의 출처를 불명확하게 남겨둔 채 지나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돈을 굴리게 될텐데, 그 첫 단추가 될 자금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후에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생각과 고민이 너무 많아졌고, 처음에는 차용증을 잘못 작성한 탓을 부모님으로 돌리며 원망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차용증에 대해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서명한 주체는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정도 차용증에 대해 조사하면서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차용증 쓰는 방법
 
일단, 부모님과 작성한 차용증에는 필수로 들어가야 할 내용의 부재가 있었다. 그래서 필수 내용을 포함해 다시 차용증을 작성할까 생각했는데, 업비트에서 확실한 자금 출처의 증거로 차용증을 제시하려면 이렇게 개인간에 작성해서 될 것이 아니라, 공증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증사무소에 가서 수수료를 내고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찾아보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든 차용증을 다시 작성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비트코인 매도➡️현금 출금➡️명확한 자금 출처 증명 자료 준비(차용증 재작성)➡️업비트로 다시 현금 입금➡️비트코인 매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막 오르고 있는 시점이어서 매도하고 싶지도 않았고, 위 과정을 거칠 때 불필요하게 드는 수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증여 쪽으로 방향을 돌려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증여가 제일 쉬운 방법이긴 했다. 부모-자식간의 경우, 10년마다 5천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기도 하고, 제일 깔끔하면서도 명확하게 자금의 출처를 증명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도 상의를 해보았는데, 부모님께서도 증여로 증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하셨다. 다만 나는 부모님께 이런식으로 돈을 받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원금은 꼭 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항상 부모님께 감사하다....💗)
 
증여를 증명하기 위해 홈택스에서 증여세 신고를 진행했다.

홈택스 [세금신고]-[증여세 신고]-[일반증여신고] 클릭
[세금신고]-[현금증여 간편신고] 클릭

증여세 신고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해야 한다. 나는 현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현금증여 간편신고]를 이용했고, 증여자와 수증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증여 금액을 입력하면 신고 내역이 접수된다. 이후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 부속.증빙서류 제출]-[조회하기] 클릭

위 화면에서 '조회하기'를 누르면 신고 내역이 나오고, 부속 서류 제출하기 버튼을 누른 후 증여에 대한 자료를 첨부한다.
나는 '가족관계증명서', '통장사본', '이체 영수증'을 첨부했다.

[신고내역 조회]-[조회하기]-[접수번호(신고서보기)] 클릭

업비트에 제출할 증여 증거 문서를 준비하기 위해, 위 화면에서 접수번호를 클릭하면 나오는 '증여세과세표준신고 및 자진납부계산서'를 pdf 파일로 저장했다.

결말

모든 파일을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업비트➡️바이낸스로 비트코인 출금을 신청한 후, 경건한 마음으로 고객센터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후 쯤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고, 나는 얼른 받아서 자금 출처를 다시 소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부모님께 대출을 받고 증거로 차용증을 제출했으나, 근거로 불충분하다고 말씀하셔서 해당 금액을 증여로 신고했다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끊고 얼마후 또 문자가 날라왔다.

증여를 증명하는 문서를 요구하는 고객센터 문자

동일한 방식으로 자금 출처를 소명했고, 증여세 신고내역 pdf 문서, 통장 사본, 계좌 이체 내역, 이체 영수증들을 첨부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그리고 받은 답변...

확인서 제출을 요청하는 문의 답변 내용

드디어 자금 출처 증명을 통과했다! 알려준 링크로 들어가서 확인서를 출력한 후, 자필 서명을 하고 해당 확인서를 들고 상반신이 나오게 촬영한 사진을 제출하면 확인 후 출금이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확인서 제출 후 받은 답변은 아래와 같다.

드디어 바이낸스 출금 성공!

얼마 후 바이낸스 계좌로 비트코인이 모두 전송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바이낸스에서 하드월렛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하는 작업은 업비트에 비해 매-우 간단하고 쉬웠다. 현재는 모든 비트코인을 하드월렛에 보관 중인 상태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 끝내고 나니 내심 뿌듯하고 이렇게 인생의 경험치를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낀 점

1. 자금 출처는 항상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
2. 계약서는 항상 철저하게 찾아보고 작성할 것
3. 업비트 말고 코인을 구매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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